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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1) 권병현 사단법인 미래숲 대표] “사막에 나무를 심으면 숲이 됩니다”
  • 2018-04-24 오전 9:22

[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1) 권병현 사단법인 미래숲 대표] “사막에 나무를 심으면 숲이 됩니다” 

 출처: http://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20914

이필재
주중대사 시절부터 사막화의 피해 절감…아프리카 서부 해안까지 나무 심는 꿈

이른바 ‘백세시대’입니다. 인생의 가을은 성공보다 행복을 추수하는 시절입니다. 수명 연장으로 퇴직을 해도 일해야 하는 ‘반퇴시대’이기도 합니다. 본지가 세컨드 라이프를 잘 개척한 이 땅의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갑니다. 


?사진:임익순 객원기자
“중국의 광대한 사막이 동진(東進) 중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가 꾸준히 나무를 심어 쌓는 ‘녹색장성(Green Wall)’이 중국 국경을 넘어 서쪽으로, 서쪽으로 이동 중이에요.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서 시작해 장차 아프리카 서부 해안까지 진출할 겁니다.”

권병현 사단법인 미래숲 대표는 “미국의 피스코(Peace Corps·평화봉사단)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 즉 인간과 인간 간의 양극화 문제에 대처했다면 지구를 살리려 사막에 나무를 심는 미래숲의 그린코어(Green Corps·녹색봉사단)는 인간 대 지구의 양극화 문제에 맞선 젊은 환경운동가들”이라고 말했다. 피스코는 미국 정부가 모집한 자국의 젊은이들을 봉사자로 훈련시켜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단체이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제창해 창설됐다.

권 대표는 지구상의 사막을 미래의 숲으로 바꾸는 일에 인생 2막을 걸었다. 지구의 사막화를 저지하는 길은 나무를 심는 것이 유일하다. 사막에 심은 나무들이 살아남을 거란 확신은 사실 그로서도 없었다. 그러나 사막화를 막으려면 나무를 심는 것 밖엔 달리 대안이 없었다. 국내의 전문가들은 사막화는 인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뜯어말렸다. 중국 측도 사막화는 자연현상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권 대표는 필요한 돈과 사막 녹화에 필요한 노하우를 자신이 조달하겠다고 우겼다. 500만 달러를 마련한 그는 중국 측에 같은 액수의 매칭 펀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다섯 개 사막과 베이징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막화를 피해 베이징에서 다른 도시로 천도를 할 겁니까? 사막에 심은 나무가 살아남지 못하면 중국도, 궁극적으로 우리나라도 사막화의 재앙을 피할 수가 없어요. 시도도 안 해 보고 주저앉을 순 없잖아요?”

유엔 동참으로 10억 그루 심기 시동

미래숲의 사막화 방지 및 한·중 청년 인재 양성 활동을 높이 평가한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이 활동을 유엔 차원의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2009년 쿠부치사막에서 ‘사막에 10억 그루 나무 심기(Billion Trees in Dssert)’를 시작한 것이다.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기증한 나무가 1호로 식수됐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나무도 있다. 2016년 유엔 총회 개막식 땐 유엔본부에서 그린코어 전시회를 열었다. 미래숲 활동에 공감하는 톱 클래스의 화가들이 이 전시회에 참여했다. 반기문 당시 총장은 “그린코어가 민간 차원의 사회운동 중 선두주자로, 우리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1992년 전격적인 한·중 수교의 숨은 주역이다. 예비교섭 대표를 맡은 그는 당시 극비리에 극소수의 정예 요원들과 3개월여 만에 교섭을 타결했다. 운도 따랐다. 1998년엔 주중대사로 부임해 한·중 관계를 공고히 했다. 미국 피츠버그대 유학 시절 국내에선 금서였던 중국에 관한 책들을 사서 읽은 이래 30년 만에 이룬 꿈이었다.

주중대사로 부임한 날 베이징공항에 내리자 짙은 황사가 그를 맞았다. 황사가 하도 심해 차로 이동할 때 와이퍼를 작동시켜야 했다. 그날 저녁 전화를 걸어온 딸이 “서울도 중국발 황사가 심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더 심각하지만, 황사는 그 시절에도 중국의 국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내 가족이 해마다 겪는 고통이자 국경 없는 문제가 돼가고 있었죠. 조사를 해 보니 중국에 7대 사막이 있는데 동쪽 끝에 있는 게 내몽고 자치구의 쿠부치사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7개의 사막이 동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서로 다 붙어 버렸어요.”

미래숲의 도전으로 불모의 사막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땅으로 거듭났다. 황사로 폐허가 된 마을에 인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막을 일궈 만든 밭에서는 무공해 옥수수·감자·땅콩·수박이 자란다. 중국 귀주성의 황폐해진 바위산엔 카르스트 지형 공법으로 나무를 심었다. 버드나무 등 수종의 선택은 토질을 잘 아는 현지인에게 맡겼다. 사막에 나무 심기는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중국 인민일보는 2008년 미래숲의 조림 사업을 전면 특집으로 소개했다. 중국인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중국이 미래 권력’으로 통하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간부들도 참여한다. 중국 대사를 지낸 권 대표의 인맥이 동원됐음은 물론이다. 권 대표가 도맡은 기금 모금엔 대부분 그의 지인들이 참여했다. 그는 “나와 가깝다는 죄로 지구 살리기에 동참들 했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보통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잘 안 되고 피부에 와 닿지도 않기 때문이죠. 외국에서 벌어지는 활동이니 저를 좀 아는 사람이 아니면 경비 집행의 투명성을 믿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삼성과 SK는 중국이 이동통신 표준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채택할 때 현직 대사로서 측면 지원한 권 대표의 참여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지금은 고사리손으로 모은 개인 회비도 들어온다. “70억 지구인이 저마다 사막에 자기 나무를 심을 때 비로소 인류가 사막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피츠버그대는 지난해 학교 홍보 책자를 발간하면서 표지 인물로 권 대표를 골랐다. 피츠버그대 역대 한국 유학생들의 활동을 특집으로 다뤘는데, 제목이 ‘체인지 에이전트’였다.

외교관은 외도, 흙으로 돌아가

권 대표는 경남 하동군 진교리에서 태어났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찢어지게 가난한 ‘깡촌’이었다. 몸에 흙을 묻히는 삶을 동경한 그는 고향에서 농민으로 살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마을 촌로와 아저씨·아주머니를 모아 야학을 열었다. 진주극장서 열린 영남웅변대회에 나가 “흙의 아들, 흙으로 돌아가자”고 외쳐 장원을 하기도 했다. 야학은 그러나 잘 안 됐다. 명문 진주고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진교 농고 1학년 때 그는 마침내 좌절했다. 낮에 논밭에서 일하고 와 꾸벅꾸벅 졸던 야학의 마지막 ‘학생’이 그의 곁을 떠난 것이다. 그는 여봐란 듯이 입신양명을 하기로 결심했다. “외교관의 길은 저로서는 말하자면 외도였습니다. 공직을 떠나면서 내가 살고 싶은 삶, 내가 젊은 날 꿈꾸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죠.”

외교무대에서의 활약은 그러나 사막을 숲으로 바꾸는 체인지 에이전트로서 그가 밟은 코스웍 같은 것이었다. 그의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는 그 시절 구축된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로 시작된 미래숲 녹색장성은 중국 국경을 넘어 서진(西進) 중이다.

그는 그린코어가 펼치는 이 대장정이 인도를 지나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 이르는 꿈을 꾼다. “넓은 사막에 녹색장성 하나 생긴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의 마음과 국가 정책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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